벌써 7년째다. 몸과 마음이 지칠 법도 했지만, 그의 꿈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흰지팡이의 날'(10월15일)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정보통신보조기기 전문 업체인 보이스아이의 이동인(44) 대표를 만나 들어본 비전과 목표는 한결 같았다. "종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말이죠." 흰지팡이의 날은 1980년 세계맹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의 권익옹호와 복지증진을 위해 제정한 기념일로, 바코드 방식의 시각장애인용 인쇄물 음성변환 출력기를 제조하는 보이스아이의 이 대표에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2003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언제나 장애인들과 눈높이를 맞춰온 그다. 혹시 최고경영자(CEO)로서 비즈니스와 관련된 또 다른 목표치는 없느냐고 물었다. "회사 수익 말씀인가요? 명색이 CEO인데, 저라고 왜 회사 매출을 생각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것 먼저 생각했으면 진작 회사 문을 닫았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로 세로 각각 1.5㎝ 정사각형 크기의 2차원 바코드 '페이퍼 디스켓'에 담겨진 인쇄물 내용을 소리로 들려주는 보이스아이의 음성 변환 출력기의 시장성은 극히 불투명했다. 2차원 바코드 연구에 몰두했던 독일 유학 시절에 알게 된 동료 엔지니어가 뇌종양(2003년4월)으로 시력을 잃으면서부터 2차원 바코드를 활용한 시각장애인용 인쇄출판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고난만 계속됐다. "투자를 받기 위해 은행에 가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설명하기도 전에 질문이 먼저 들어 왔어요. '다 좋은데, 우리나라에 시각 장애인이 얼마나 되느냐'고요.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사업에 투자할 수 없다는 거였죠." 그래도 이 대표를 믿고 회사에 들어온 직원들과 약 30만 명에 달하는 시각장애인들을 두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2003년부터 2005년 2월까지 정부에서 발주하는 시각장애인 관련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연구 비용으로 근근이 회사를 유지해온 이 대표에게 희망의 소식이 들려온 건 지난해. 2008년부터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고 발효(2009년) 되면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품 주문이 밀려왔던 것이다. 덕분에 적자 행진을 이어왔던 보이스아이도 지난해에는 1억원의 영업 흑자를 올렸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주차장에 장애인용 자리는 항상 비어 두잖아요. 경제성의 논리로만 따지면 말이 안되잖아요. 인쇄물에 대한 정보 접근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스아이는 계속 갈 겁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정보 격차가 허물어지는 그 날까지 말입니다."